2020. 6. 27. 09:51ㆍ커뮤니티, 병원, 요양원
대한민국의 건강보험과 의료제도를 외국에서 연구할 때 많이 놀라는 것들로는, 다른 국가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뛰어난 의료 접근성과 저렴한 비용 등이 있다.
이런 요소들 외에도, 대한민국의 환자들은 왜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는지 궁금해한다. 전체 국민이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환자를 위한 의료기관의 선택이 어떤 기준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라는 부분, 즉 '주치의의 부재'라는 특징은 외국의 보건의료 연구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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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생애주기 상 어쩔 수 없이 직면해야 하는 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의사로 부터 일관성 있는 진료를 받아야하고,
좀 더 고도화된 검사와 치료, 장기적인 돌봄 서비스가 필요할 땐 끊김없는 연계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대상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적절한 설명과 교육이 필요한데,
이 과정의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은 '환자'와 이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이러한 역할을 일일이 다할 수 없으니 '케어 매니저', '케어 코디네이터'와 같은 새로운 직역이 대두되고 있지만, 좋은 학사 과정과 훈련을 통해 교육받은 보건의료의 최고 전문가이며, 환자 및 가족의 병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이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의료의 경우 선택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으로 인한 고통 증가 및 비용 부담은 결국 환자와 국민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OECD 선진 대열에 합류한 한국에서 환자를 보호하는 그러한 제도가 왜 만들어지지 못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우리 사회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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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제도 아래서는 주치의의 1차 진료와 그 결과에 의해서만 전문의의 전문 진료를 받을 수가 있고,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되어 바로바로 의사를 만나볼 수 없다는 불편함으로 인해, 외국의 의료제도를 경험하고 오신 많은 분들이 '주치의 제도'를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치의 제도'는 환자가 가진 선택권의 제한이지만, 이는 환자의 보호로 볼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대한민국 특유의 <보건의료의 저비용 구조>에서는, 전문지식이 충분치 않은 환자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의사들을 만나보고, 더 많은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주치의 제도'는 이를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환자의 불필요한 신체적 고통, 시간 및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시장 원리의 근본으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유독 의료에 한해서는 주치의 제도를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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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내부에서도 '주치의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미 진행되었던 수많은 의료 정책과 제도들이 의사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한 사례가 많았다는 역사적 사실로 인해, 의사들은 새로운 제도로의 변화에 심리적인 장벽이 만들어진 상태다.
많은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 수립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가 중심에 있지 않았고, 정책 수립자들이 현재 만들어진 보건의료 현상들이 왜 그렇게 유지될 수 밖에 없는지 통찰력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점 더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보다 열린 논의를 통해 '환자'와 '의사'가 중심이 되는 의료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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