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0. 10:16ㆍ커뮤니티, 병원, 요양원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많은 분들과 그 가족들이 치매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치매는 2가지 영역 이상의 인지 기능이 유의하게 저하되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오랜 시간동안 의사와 연구자들이 치매를 치료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타깝게도 치매 환자가 인지 기능을 다시 회복하여 일상을 온전히 되찾기는 아직 불가능한 현실이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나이가 들면 누구나 흰머리와 주름살이 생깁니다. 어떤 분들은 남들 보다 젊어서 흰머리가 더 많아지기도, 또 어떤 분들은 일찍 주름살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것처럼, 치매도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이 남들 보다, 그리고 다른 부분 보다 빨리 늙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흰머리를 없애기 위해 염색약을 쓰고, 주름살을 없애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흰머리와 주름살이 생기게 됩니다. 치매도 약을 쓰면 증상이 다소 나아지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악화되게 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라고 말씀드린다.
이런 치매(정확하게는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인지기능을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해도, 조금이나마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증상악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입증된 약제 2가지가 있는데, 이는 도네페질(donepezil)과 메만틴(memantine)이다. 그런데 이 2가지 약제에 대해 별도 산정하던 약제비 항목이 작년 요양병원 수가체계에서 사라져버려 이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
요양병원에서 치매 상병명으로 치료받은 환자수와 내원일수는 다른 상병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많은 치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서, 인지 기능 저하의 진행을 늦추고 이상행동증상을 조절함으로써, 영양 부족, 탈수, 넘어짐, 골절, 외상성 뇌출혈, 욕창, 폐렴, 요로감염 등의 합병증 발생을 막아, 마지막 임종의 순간까지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작년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6차 회의에서는 요양병원에서 별도 산정하던 전문의약품 중 치매치료제를 일당정액제에 포함시킨 수가개편안이 통과되었다. 치매치료제의 2018년도 연간 의약품 주성분별 가중평균가격은 성분 및 제형에 따라 1일 소요비용은 1,292원에서 2,106원으로, 일당정액제에 포함된 금액 877원∼1,015원 수준은 치매치료제 성분을 단일제로 투여하였을 때의 하루 투약 비용 금액에도 못 미치는 비용이다.
더욱이, 중등도․중증 치매 환자는 병용 필요성까지 있어 개별 성분의 급여 대상 환자군 조건을 충족하였을 때 두 개 성분까지의 병용이 요양급여 인정되고 있는데 반해, 포괄수가에 포함된 금액 877원∼1,015원 수준은 치매치료제 성분 두 개 병용 시 투약 비용 금액과 비교하여 턱없이 모자르는 비용인 것이다.
...
이번 요양병원 수가 개편은 중증 환자의 적극적인 진료 및 입원을 보장하기 위해서 제안되었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개편으로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치매 환자에게 환자 맞춤의 약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개편된 요양병원 수가 체계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개별 요양병원과 입원한 환자들은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고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이 상황도, 요양병원에 입원한 치매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약제를 조금씩만 복용하거나, 요양병원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항목들에서 손해를 감수하기에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질병과 장애로 인해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고 장기적인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요양병원의 기능과 역할은 확대되어왔다. 요양병원의 현행 일당정액수가는 급성기병원 입원료의 67%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수가일 뿐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수가보다도 낮게 설계돼 있어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매우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요양병원의 의료진과 종사자들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숭고한 의지로 최선을 다해 헌신해왔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의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와 의료인들의 땀과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법적 제도와 보상 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커뮤니티, 병원, 요양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 주거 환경의 조건 (0) | 2020.07.04 |
---|---|
주치의 제도의 양면성 (0) | 2020.06.27 |
환자의 희망을 앗아가는 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0) | 2020.06.13 |
(펌) 대박원장 (0) | 2020.06.06 |
일차의료 왕진 시범사업 (0) | 2020.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