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과 가족분들이 종종 하시는 질문

2020. 5. 16. 09:41커뮤니티, 병원, 요양원

<질문>

"저는 부모님 명절에는 홍삼정같은 선물을 많이 드리고, 외국 여행 다녀오면 건강보조제 같은 것들을 사와서 드립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의료기기를 체험하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살도 빠지고, 아픈데도 낫게 해주는 저주파 기기라고 연세드신 어머니가 큰 돈을 주고 사오셨는데 몇번 쓰시다가 요즘은 안쓰고 계십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이가O, 케O톱과 같은 약 광고가 많이 있는데, 광고를 보면 잇몸 병이 다 낫고, 무릎의 염증이 다 빠지는 것처럼 나옵니다. 이런 건강보조제, 의료기기, 약들이 정말 그런 효과가 있는지, 혹시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건강보조제, 의료기기, 일반의약품 질문이 섞여있는 것 같은데, 건강보조제 얘기 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괴혈병이란 병이 있습니다. 20세기 이전 선원들이 오랫동안 배 위에서 활동을 하는데 장출혈이 발생해서 죽었다고 괴혈병이라고 했습니다. 1930년 대 들어서야 이 병이 우리 몸에 중요한 성분인 콜라겐을 합성하는 비타민C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장거리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이니 이 병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괴혈병의 원인을 밝힌 영국의사 제임스 린드(출처: britanica.com)

 


이와 같이 음식은 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고, 그래서 우리들은 어떤 식품이나 그 성분이 건강에 좋은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고,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특정 기능성을 가진 원료, 성분 약 80 가지를 사용해서 안전성과 기능성이 보장되는 일일 섭취량을 정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건강 기능 식품>으로 인증하고 등급을 정해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충치 예방 효과가 있는 자일리톨, 뼈 건강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D와 칼슘,  눈 건강에 좋은 루테인 등입니다. 이는 다수의 임상시험을 거쳐 신뢰할 수 있는 <생리활성기능1등급> 원료들이죠.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표시

 


그러나 여기에서 잘 봐야 하는 것이, 광고, 방송 등에서 많이 접하는 오메가3, 프로폴리스, 유산균, 홍삼 등은 실망스럽게도 식약처의 건강기능 식품 등급 중 <생리활성기능 2등급>으로서 소수의 임상시험이 있으나 수가 없으며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할 수 없는 등급입니다.즉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 외에도 인증을 받지 못한 많은 고시형 원료 들은 임상시험 결과가 없는 3등급입니다.

사실 음식·영양과 건강의 연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학문 분야입니다. 또 전세계의 식재료나 음식 문화는 아주 다양하고 세계화로 문화와 식품의 교류가 활발해져 타 문화의 건강식품을 우리도 알게되고, 더불어 우리의 먹거리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패스트푸드 마냥 성분 균형이 맞지 않는 식단을 장기적으로 먹는 것은 당연히 건강에 좋지 않겠지만, 특정 음식을 먹어서 병이 낫고 건강해진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음식은 편식하지 말고 맛있게 골고루 드시고, 별다른 과학적 근거도 없이 유행처럼 일시적으로 특정 음식이나 성분이 특정 질병에 좋다 또는 나쁘다라는 식으로 유행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질병이 있거나, 몸상태가 평소와 다를 때에는 더욱 조심해야하는데요. 예를 들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으로 진단받고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분들은 비타민 K가 오히려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기에, 비타민K가 많은 녹색채소류, 콩류, 소간, 마요네즈 같은 음식을 줄여야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전혀 먹지 않을 필요는 없지만 다량을 매일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과다한 비타민A 복용은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서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은 피해야 합니다. 

비싼 돈을 주고 건강보조제를 사는데, 제조사 측의 광고 내용만 볼 것이 아니라 정말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이 맞는지 나한테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는지 비판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노래, 춤 같은 공연을 보여주고, 체험 기회라면서 건강보조제 등을 팔러 오는 장사꾼들도 있으니 정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의사가 있다면 물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음은 저주파 의료기기 얘기입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아픈 부위를 두드리거나 주물러서 통증이 좋아지는 효과를 봐왔습니다. 그래서 의학적으로도 TENS라고 불리는 피부 전기 신경 자극 치료기, 침을 이용한 전기자극치료(IMS) 등으로 물리치료를 해왔습니다. 아마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저주파 치료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약한 물리치료 및 운동의 형태로 집에서 쉽게 할 수 있고, 자극하는 부위나 그 주변 부분만 영향을 미치니까 다른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하니,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만성 통증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저주파 자극기가 의료보조용구로 시중에 많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의학적으로도 여러 관절통에 저주파 치료기가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만성 통증과 같은 몸에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아서 그 원인을 먼저 밝히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만성통증을 저주파 치료기로 증상만 조절하고, 병원에 가지 않다가 뒤늦게 큰 병을 알게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게다가 이를 광고하고 판매하는 방법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에게 의료기기 체험이라고 큰 강당에 많이 모셔다 놓고, 의학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관절통증을 감소시켜주는 효과 외에, 체액 순환/ 노폐물 제거/ 비만 치료 등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허위, 과장 광고하면서, 여기저기 아프고 불편한 어르신들을 현혹시켜서 시중가 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일이 있습니다. 가까운 일차의료기관, 병원에서 여러분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의사 선생님들이 많으니, 이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떴다방 주의 포스터 (출처: 식약처)

 


무엇보다도 건강 생활을 위해서는 저주파 치료기, 온열치료기 처럼 가만히 누워서 편안한 자극을 받는 것 보다는,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신체활동을 늘리시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는 TV광고에 나오는 의약품 이야기 입니다.


 

일반의약품 TV광고

 

분명하게 말씀드릴 것은, 티비에서 광고하는 잇몸약, 관절약은 치은염, 관절염과 같은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제가 아니라, 단순히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만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원인 질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 없이 이런 약만 계속 복용하다가 보면, 적절한 시기 조치를 늦추거나, 나중에 큰 돈이 들어가는 치료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에서는 <의사, 치과의사와 상의하세요> 정도의 문구만 내보내고, 교묘하게 효과가 좋은 것 처럼 광고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치료제라는 오해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꼭 알아두셔야 할 것은 이런 약을 복용하기 전에 병원에서 의사, 치과의사에게 진료받으시고, 평소에 건강한 생활을 위한 영양섭취, 규칙적인 운동, 휴식, 구강 위생 등 위생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