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7. 13:36ㆍ일상, 관심사
<신세기 에반게리온>제20화(부제:마음의 모습, 사람의 모습)에서는 제19화에서 초호기와 싱크로율400%를 기록하면서 사도 제르엘을 물리친 뒤 초호기 안으로 흡수되어 버린 신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신지는 엔트리플러그 안에서 육체의 모습이 없어지고 LCL화된 상태였는데, 육체의 모습을 되살리는 계획으로 리츠코는 샐비지 계획을 만들었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데스트루도'를 줄이고, '리비도'를 늘리는 에너지를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시도도 먹히지 않았는데, 초호기 안에 흡수되어 있던 엄마의 자극으로 신지는 다시 육체의 모습을 갖추면서 엔트리플러그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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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부제: 눈물 Rei III)에서는 레이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레이를 미워하던 리츠코는 영혼이 없이 육체만 있는 레이의 더미들을 없애기 위해 '데스트루도'를 발동시키는 스위치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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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3번째 레이는 리츠코가 주는 육체를 유지하기 위한 '의문의 약'을 먹지 않고, 인류보완계획 발동 직전의 급박한 상황에서 육체가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아담과 초호기를 흡수한 거대 릴리스는 안티AT필드를 확대하여, 전 인류는 육체를 잃고 LCL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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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개체가 자아와 육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AT필드가 필요하다는 설정 외에도, 정신분석학의 '리비도'와 '데스트루도' 개념을 인용하였다.
프로이트는 '리비도'가 이드(id)에서 나오는 정신적 에너지, 특히 성욕과 성적 충동 등을 지칭한다고 했고, 카를 융은 이를 좀 더 확장하여 '역동성을 갖는 생명의 에너지(에로스, eros)'로 해석하였다.
'데스트루도'는 프로이트가 말한 '죽음으로 향하려는 욕구(타나토스, thanatos)'의 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신분석학자 에도알도 바이스가 1935년에 제시한 개념으로, 우울, 불안, 망상, 자해 등 인간의 죽음 충동과 공격성을 설명하기 위해 쓰였다.
의식이 신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신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슈뢰딩거의 입장과, 정신분석학이 반증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일 수 없다는 칼 포퍼 등에 따르면,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어 조종이 가능하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설정은 비과학적인 부분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전 포스팅 참고) https://beomdoc.tistory.com/110
하지만 여전히 '물질'에서 '생명체'로의 변화 과정을 우리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생명체'가 어떻게 엔트로피의 역방향으로 자신의 육체를 유지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엔트로피의 방향대로 '물질'로 돌아가는지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분석학 개념인 '리비도'와 '데스트루도', 만화적 상상력인 'AT필드'를 이용해서, '생명체'를 자신의 작품에 신기하게 표현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에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올해 6월에 공개 예정이었던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II ' 빨리 좀 개봉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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