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1. 11:21ㆍ의료
2019년 보건복지부는 질병과 장애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의료기관과 요양시설에서 탈입원화, 탈시설화 하여,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일명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발표하였습니다.
여러 의사 단체에서는, 지역 자치가 성숙하지 않았고,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아, 커뮤니티케어 사업에 대한 우려를 밝혔지만, 이미 2018년 12월 22일 건정심에서는 의협이 불참한 상태에서 <요양병원의 퇴원 지원실>과 <물리치료 등의 방문치료 지원 시범사업>,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수가 시범사업 2단계> 등이 통과되어,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에 편입됨에 따라 급증할 의료비의 상승을 막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2월 14일 복지부 주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 희망 지자체 워크숍에서는 간호사 협회, 약사회, 한의사 협회, 물리치료사 협회, 간호조무사 협회 등이 각자 본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제안서를 배포하여, 본 사업을 의사의 지도, 감독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일종의 블루오션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의사들로서는, 커뮤니티케어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 고민하는 것 외에도, 의사 면허제도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의협 커뮤니티케어 TFT는 2월 17일 일본의사회 방문 결과 보고회 및 KMA plicy 특위와의 연석회의를 통해, 커뮤니티케어 관련 의견서를 작성하고,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 건강돌봄 사업 사례를 분석하며,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에 참여하는 8개 지자체의 의사회와 공조하여 본 사업의 참여 계획를 구상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대응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커뮤니티케어에 있어서 탈입원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요양병원 퇴원 계획 수립>. <방문진료>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가정으로 돌려보낼 환자에게 퇴원 계획을 수립하여, 퇴원을 유도하기에는 수가나 보상이 만족스럽지 못할 뿐 더러, 관료주의적인 행정 절차를 의사들에게 부여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방문진료> 역시, 의학적인 치료 계획 수립 없이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방문진료를 해주는 <호출형 방문진료(일본에서는 '왕진'으로 명칭이 다름)>에 대한 찬반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계획형 방문진료>에서 결정된 낮은 수가로는,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의료,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적절한 방문진료 서비스를 해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방문진료가 포함되어 진행 중인 서울시의 <건강돌봄 시범사업>에서도 민간 의료기관 의사가 참여하기에는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 대비 수가가 부족하며, 자치구 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민간의료기관의 의사와 지역의사회가 배제 되고 보건지소가 확대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케어가 강행된다면, 보건복지 서비스의 공급자 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필요한 국민들도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한민국의 보건복지 서비스는 종류만 200가지가 넘고, 제공자와 책임자, 담당 부처와 부서, 재정이 산재해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노인 환자가 '의원 - 병원 - 요양병원 - 요양시설 - 보건소 - 집' 사이를 순회하는 것을 떠올리시면, 이 분에게는 '종합' 대책 보다 '연계, 조정, 통합'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케어로 인해 연계와 통합은 말로 그치고 기준과 규정에 의존하는 관료주의적인 서비스만 받게될 환자를 생각하면, 우리 의사회에서는 <질병과 장애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통합적인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표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의협의 일본의사회 방문 보고에서는, 지역사회에서 '끊임 없는 의료, 개호'를 제공하는 중심에 지역의료, 보건, 복지를 담당하고 필요할 때에는 전문의, 전문 의료기관을 연계 시켜줄 수 있는 <단골의사>를 두었고, 적극적인 기능연수제도를 통해 단골의사의 역량을 높이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민간의료기관이 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주치의 제도는 자리잡을 수가 없었지만, 커뮤니티케어의 대상자, 특히 노인 환자는 단골의사에게 등록하여 통합적인 의료,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골의사>제도 조차도, 의료기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많은 환자를 빠른 시간에 봐야 하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저비용구조>에서는 언감생심일지도 모릅니다.
의사가 한명의 환자를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하여 통합적, 체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재정 지출과 행정 절차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줘야 할 것입니다. 고령화라는 커다란 인구학적 변화에 대해 우려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우리 의사회는 적극적으로 혁신을 이뤄내고 동업자 정신을 지켜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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