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4. 17:15ㆍ의료
성경에서 뱀은 간교한 존재이자, 죽음의 상징으로 많이 쓰이지만, 역설적으로 치유와 구원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놓고 뱀에 물린 사람들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목숨을 건질 수 있게 하였고, 이는 훗날 치유와 구원을 상징하던 모세의 구리 뱀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요한복음에 기술되기도 하였다.
성경 뿐만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나무에 걸린 뱀은 부활과 치유의 상징이었고, 수메르 문명에서 나무에 걸린 두마리의 뱀은 치유와 의술을 나타내는 종교적 상징이었다.
이런 뱀의 상징은 시간이 흘러 그리스에서는 아스클레피오스와 헤르메스의 지팡이에 적용된다.
둘의 차이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는 뱀이 한마리인데 반해, 헤르메스의 지팡이에서는 두마리라는 점이다.
먼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기원을 살펴보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도 등장하는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술의 신인데, 제우스의 번개에 맞아죽은 고린도의 왕을 살리려고 치료하던 중이었다. 그때 뱀 한마리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라서 자신의 지팡이를 휘둘러서 그 뱀을 죽였고, 얼마 후에 뱀 한마리가 더 약초를 물고 들어와 죽은 뱀의 입에 올렸더니 죽었던 뱀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의 약초를 고린도 왕의 입에 갖다 대어 살려냈고, 그 뱀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지팡이에 뱀 한마리를 휘감고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뱀 한마리가 있는 지팡이)는 고대에서 의학의 상징으로 쓰였고, 지금은 여러 국가의 의사협회의 상징으로 쓰이게 되었다.
다음은 뱀 두마리가 감겨있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아들로 도둑, 사기꾼, 여행자, 연금술, 발명, 상업, 전령 등을 상징하는 장사하는 이들의 수호신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헤르메스가 가지고 다니던 두 마리의 뱀이 감긴 날개 달린 지팡이가 의학에서 쓰이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미 군의부대(US Army Medical Corp, USAMC)에서 1900년대 초반에 사용한 것이다.
사실 두마리 뱀이 감긴 지팡이가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수메르의 치료의 신인 '닌기쉬지다'의 상징일 수도 있고, 고대에서는 보건활동이 해양 교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헤르메스의 상징이 의학의 상징으로 쓰이지 못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그래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의사협회들은 '한마리의 뱀'이 등장하는 로고를 사용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 또한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본딴 듯한 과거 로고에서 '한마리의 뱀'만 등장하는 새 로고로 바꿨으니, 역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의학, 의사협회의 로고로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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