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5. 13:09ㆍ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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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대학 강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요즘에, 출신 대학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게다가 요즘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미국 유수의 대학 강의도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보고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책과 강의로만 습득할 수 없는 실습을 기초로한 교육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출신 대학이 여전히 중요한 조건일 것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대면 수업을 중심으로 해왔던 교육환경에서, 그리고 입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교수진의 연구 성과 등이 국내 최정상을 지켜왔던 서울대학교의 강의라면 우리가 얻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 링크는 뽐뿌 게시판에 4월 말 올라온,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줄여서 <서가명강> 시리즈에 대한 소개인데, 구글 북스에도 올라와 있었다.
그 중에서 세번째 수학교육과 최영기 교수님의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내 인생의 x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강의> 부터 보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수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라고 얘기하며 시작한다.
"우리는 수학에서 왜 놀라움이나 아름다움을 느낄까? 수학에서 탄생한 개념 하나하나는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위대한 수학자들이 자신의 삶과 청춘을 바쳐 연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렇게 쌓인 위대한 생각들이 궁극적으로 어느 누군가에 의해서 정리되고 완성되어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개념은 당대는 물론 후대의 수많은 수학자에 의해 냉엄하고 치열하게 분석되며, 이런 과정을 통해 교정되고 완성된 수학적 개념들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전해진다.
그렇기에 수학 하나하나의 개념을 생각하면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나의 개념을 마주했을 때, 그 개념이 나의 생각을 뛰어넘는 어떤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때 우리는 감탄을 넘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나는 저자가 말한 "깊은 의미"가 바로 <수학적 우주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한 모든 구조는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물리적 대상은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하다"는 가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양자역학, 통일장 이론, 초끈이론 등을 다루는 이론 물리학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수학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소수의 규칙성을 찾고자 했던 리만 가설에서, 제타함수 제로점의 간격을 찾아내는 수식이 나왔고, 이는 신기하게도 양자역학에서 적용되는 미시세계의 운동을 표현하는 수식과 매우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과 자신으로만 나뉘어지는 소수>와 <물질의 기본 단위 입자> 사이에 비슷한 수식을 공유하는 것은, 수학이 그저 순수하고 추상화된 논리체계가 아니라 우주의 모든 존재와 현상이 수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과목 은사님께서 미적분 단원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은 결국 미적분을 공부하기 위해서, 그동안 많은 수학 개념들을 배워왔던 것입니다."
수학에서 미적분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어야, 우주의 보편적 원리를 다루는 물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수학과 물리학으로 설명되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대한민국 수학 교과 과정이 많은 부분이 문제 풀이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영기 교수님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물론, 수학에서 문제를 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문제 풀이를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할 점은 문제 해결의 기능을 습득하는 것 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태도를 다른 부분으로까지 전이시키는 것이 수학 교육의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또한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토하고 반성하는 단계인데,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은 지나치게 많은 문제를 푸는데 집중한 나머지 학생은 스스로 검토하고 반성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대학 입시를 앞둔 상황에서 수학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배부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자의 말씀대로 "수학은 우리 마음 속 관념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학문이다"라는 사실을 알고 공부한다면, 수학을 어렵고, 공부하기 싫은 학문이라는 편견에서 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스승의 날을 맞이해서, 코로나로 바뀌고 있는 교육 환경과 수업 방식, 사제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배움은 끝이 없고, 어떤 것이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희열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 배움의 과정에 우리는 서로 가르침을 받고 가르침을 주는 새로운 <사제 관계>들이 생겨난다. 그동안 부족한 나를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신 은사님들께 감사드리고, 좋은 <사제 관계>에서 오는 기쁨을 앞으로도 잘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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