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과학과 인간의 방어기제

10여년 전에 한국을 떠나 미국 생활을 하려고 꿈꿨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꽤 많았던 때라,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를 대비한 공부를 했었는데, 비록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것은 포기했지만, 그때 공부했던 것들은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USMLE의 필기시험은 step1(기초의학), step2 CK (임상의학)으로 나뉘어져 있고, 기초 의학을 다루는 step1에서 <행동과학, behavioral science>의 비중이 매우 커서 놀랬던 경험이 있다.

 

내가 한국의 의대를 다니면서 배웠던 과정에서 행동과학은 정신과를 배우기 전의 기본 개념 정도만 맛봤던 수준이었다.

 

그러나 step1에서의 행동과학은 그 개념 하나하나가 만들어지게된 과정과 깊은 의미들을 심도있게 다루고, 예제 문제들도 이런 개념에 입각하여 실제 임상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다양한 태도를 접하게 되는 의사가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것이었다.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행동과학은 "주로 인간의 활동을 다루고, 사회에서의 인간의 행동을 일반화하려고 하는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과 같은 사회의 한 분야"라고 정의한다.

 

이런 인간의 행동 양식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신의 평정을 움직이게 하는 상황에 맞딱뜨릴 때, 자신의 불안을 처리하고 마음의 평정을 다시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학적 메커니즘인 <방어기제, defense mechanism>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하면, 불안은 초자아(Super-Ego)를 위협하고, 자아(Ego)는 방어기제를 이용해서 초자아를 보호하며, 초자아와 원초아(Id)의 요구를 타협시킨다고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는, 아버지의 이론에서 열가지 방어기제를 발견해서 정리했고(이후에 추가됨), 이후 베일런트는 자아의 강도에 따라 '성숙도'가 다른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이는 삶에 대한 적응과 웰빙을 예측하는 기준이 된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런 '성숙도'에 따라 방어기제를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 (병리적 방어기제)

1.1 부정(denial)

1.2 분리(splitting)

1.3 전환(conversion)

1.4 왜곡(distortion)

 

2단계 (미성숙한 방어기제)

2.1 투사(projection)

2.2 해리(dissociation)

2.3 환상(fantasy)

2.4 수동 공격성(passive aggression)

2.5 행동화(acting out)

 

3단계 (신경증적 방어기제)

3.1 합리화(rationalization)

3.2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

3.3 억압(repression)

3.4 퇴행(regression)

3.5 취소(undoing)

3.6 전위(치환, 전치)(displacement)

3.7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3.8 사회적 상하비교(upward and downward social comparisons)

 

4단계 (성숙한 방어기제)

4.1 동일시(identification)

4.2 승화(sublimation)

4.3 유머(humor)

4.4 이타주의(altruism)

4.5 억제(suppression)

4.6 인내(patience)

4.7 수용(acceptance)

4.8 용인(tolerance)

4.9 예측(anticipation)

4.10 감정적 자제(emotional self-regulation)

4.11 감정적 자부(emotional self-sufficiency)

 

각 방어기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예시는 아래 나무위키 링크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https://namu.wiki/w/%EB%B0%A9%EC%96%B4%EA%B8%B0%EC%A0%9C#s-3.3.6

방어기제 - 나무위키

인간의 의식은 컴퓨터보다 작은 전력을 소모함에도 불구하고 훨씬 섬세하고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미래에 인간의 의식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한 '강인공지능'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인간 의식의 흐름을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왜 현재까지의 컴퓨터와 로봇에는 없는 <방어 기제>가 인간에게는 있는 것일까?

 

이런 인간 의식의 흐름에 있어서 <방어 기제>에 대한 공부와 연구는 가장 기초적이고 분명한 도움을 줄 것이다.

출처:thecloverthe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