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상반된 견해

2020. 8. 18. 11:09의료

사진 : ABIM foundation

위 일러스트는 ABIM foundation에서 가져온 것이다. ABIM은 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 의 약자로, 우리 말로 하면 "미국 내과 전문의 재단" 정도라 할 수 있다. 이 의사 단체가 의사의 professionalism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만든 그림이 있어 가져왔다.

 

의사의 professionalism이 못마땅한 쪽에서는, "이기적인 자기 보호", "의사의 자율성과 권한에 대해 향수에 빠진 것", "보건 개혁을 막는다"라며 비판한다. 그러나 반대 쪽에서는, "의료행위의 원칙을 안내하는 것", "영감의 원천", "헬스 케어를 개선하기 위한 동기 부여"라며 의사의 professionalism을 옹호하며, 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의과대학의 정원 확대 문제로 보건복지부와 의사 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실 정원 확대 문제 외에도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여러 이슈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의사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들이 많았는데, 정원 확대 문제는 그동안 곪았던 것이 터져나온 측면이 있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전문직인 의사라는 직업은, 의사 아닌 누구도 이 영역을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선진국에서는 개별 의사-의사 단체-사회가 서로 유기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그 사회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환자 더 나아가 사회에 더 많은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험이 부재한 개발 도상국 등에서는 당장 부족한 의사의 숫자를 메꾸기 위해,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질 낮은 의학교육을 받은 의사라도 마구잡이로 양산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늘어난 질 낮은 의사들은 자신이 '도덕적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없이, 일반 자영업자와 같이 개별적으로 행동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그 사회에 이득이 아닌 해악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의사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도덕적 전문직'으로 의업을 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수준 높은 의사 단체가 구성되어야 한다. 개별 의사들이 행하는 진료의 자율성과 질을 보장하고 증진시키는 것, 진료 행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설명과 동의 과정의 가이드라인을 발전시키는 것, 환자와 사회에 이득을 줄 수 있는 의료 정책을 제안하는 것 등이 모두 의사 단체가 관심가지고 참여해야 하는 일들이다.

 

의사 단체가 이러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의료 현장을 모르는 이들이 오로지 상식적인 법의 잣대만을 가지고 의사를 통제함으로써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과거의 '보라매병원 사건', '아청법' 사례를 우리는 목격했고, 지금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