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4. 14:17ㆍ의료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도입 등 소위 4대악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대한의사협회는 8월 14일 총파업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보다 1주일 앞서 8월 7일에는 24시간 동안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의 진료 인력까지 철수하는 전면 파업을 하기로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의결하였다.
이렇게 의사들의 총파업이 현실화되자 보건복지부의 '마법 지팡이', '구원 투수'로 불리는 의료법 제59조가 슬그머니 주목받고 있다. 의료법 제59조는 어떤 조항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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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조(지도와 명령)
①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개정 2008.2.29, 2010.1.18>
②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개정 2008.2.29, 2010.1.18>
③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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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는, 제1항의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 "중대한 위해", "필요한 지도와 명령"와 같은 문구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이 조항을 폭넓게 적용하면 어떤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도 가능해진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행위'로 판단해 진료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진료명령을 위반 혹은 거부한 의사와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또는 개설허가 취소, 의료기관 폐쇄 명령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2013년 한의사 1만명 이상이 집단휴진했던 '범한의계 궐기대회'에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판단하지 않았는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지도 않았고, 공정위에 조사 요청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의료법 제59조는 지도와 명령의 발령권자가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으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할 여지가 있는 악법이라 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헌법 제33조 1항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헌 소지가 다분한 조항이라는 점이다.
결국 언제든지 관료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의사와 의료인을 압박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는 의료법 제59조는 폐지되거나, 합리적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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