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브레인 오디세이 1편 리뷰

2020. 3. 20. 16:45과학

"우리는 새들의 노래가 어디에 유용한지 캐묻지 않는다. 새들은 노래하기 위해 태어났으며, 노래가 곧 삶의 즐거움이다. 이 점에서는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하늘의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굳이 따지고들 필요는 없다."

-Johannes Kepler, 17세기 천문학자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연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우주와 자신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

-Thomas Huxley, 19세기 생물학자

 

"완벽한 이론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일부 과학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이해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주와 우리는 왜 존재하게 되었는가?'라는 심오한 토론에 철학자와 과학자, 그리고 모든 대중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다. 이 토론에서 누구나 만족할 만한 결론이 내려진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위대한 승리로 기록될 것이며,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Stephen Hawking, 20세기 물리학자

 

우리는 모두 학생 때 근대 교육을 받고 있다. 근대 교육에서 수학과 과학의 세부 과목들은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이해하는 도구로서의 지식을 배우는 중요한 과목들이다.

 

한때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문학이 그 역할을 했었지만, 이제는 자연 과학, 그 중에서도 뇌과학이 우리가 몰랐던 부분, 특히 나 자신을 이해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공부했던 내용들이,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과 유튜브를 통해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어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포스팅했던, 대중을 위한 과학서를 편찬하는 미치오 카쿠(링크 참고 : https://beomdoc.tistory.com/m/4)는 '우리의 육체는 별의 후손이며 우리의 정신은 우주의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과학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깨달음이라고 밝혔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원자들은 먼 옛날 어떤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거쳐 생성되었으니,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산이나 강보다도 나이가 많다. 우리는 말 그대로 '별의 먼지(star dust)에서 태어난 존재'이다.

 

이 원자들이 결합하여 우주의 법칙을 알아낼 정도로 똑똑한 인간을 탄생시켰고, 그 인간들이 우주의 법칙을 탐구하면서 자신의 존재 기원을 추적하고 있으니,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궁금증은 자연을 지배하는 질서의 한 부분이다. 새들이 노래하기를 원하는 것 처럼, 인간은 우주를 이해하고 싶어한다." 

 

대한민국에도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카오스 재단이 있다.

 

홈페이지에는 '기초과학에 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대중 강연, 콘서트, 출판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 학문과 교류하고 소통하는것'이 그 목표라고 한다.

 

이 카오스 재단에서 <카오스 브레인 오디세이>라는 재밌는 시리즈를 시작했다. 다음은 그 1편이다.

 

https://youtu.be/oAmMGmw3e6A

 

이 동영상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과학계에서 오랜 기간 대립해온 두 철학사조, 환원주의와 반환원주의의 논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원주의와 반환원주의>

 

환원주의 : 복잡한 자료나 현상을 간단하게 줄이는 과정 또는 이론

반환원주의 : 사물의 특성, 특히 생명체의 특성을 좌우하는 요인은 부분이 아닌 전체에 의해 좌우된다는 주의

 

ex. 복잡하고 역동적인 규칙에 복종하며 살아가는 수천 마리의 개미 왕국의 운영체계를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1. 환원주의 : 개미 한마리를 잡아서 신체부위를 분자 단위까지 낱낱이 분해

2. 반환원주의 : 집단을 하나의 유기체로 간주하여 전체적인 행동패턴을 분석

 

뇌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비슷한 관점의 차이가 있다.

 

환원주의적 관점에서는, 두뇌를 세포단위로 분해한 후 개개의 세포를 조립하여 두뇌를 재현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인공지능학자들도 단순한 디지털 회로를 여러 개 연결하여 점차 복잡한 회로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런 방법으로 인공지능을 구현해내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1950년 대에 큰 성공을 거두어 현대적 컴퓨터의 기초가 되었으나, 사진을 인식하는 가장 간단한 기능조차 흉내내지 못한다.

 

반면, 반환원주의적 관점에서는, 두뇌의 기능을 정의하고, 두뇌 전체를 하나의 객체로 취급한 모형을 제작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이 방법은 처음 시작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뇌의 일부 기능(예를 들어 오류를 수정하고, 불확실성의 정도를 평가하고, 각기 다른 대상에서 창조적 연결고리를 찾는 기능)이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로 신경망이론(neural network theory)이다.

 

위 동영상에서는 반환원주의적 관점의 신경망이론을 조금 더 강조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마치 좌뇌와 우뇌가 서로 연결되어 그 기능을 하는 것처럼, 우리는 개별 뉴런의 환원주의적 관점과 신경망이론의 반환원주의적 관점을 상호보완하여 뇌를 이해해야 한다.

 

 

20세기 초 최고의 뇌 전문가 카할과 골지
신경세포(뉴런)을 밝혀낸 카할
반면 뉴런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 골지
브로카가 언어중추를 발견함으로써 환원주의의 승리인 것 처럼 보였다..
이중슬릿 실험으로 유명한 토마스 영

 

환원주의와 반환원주의의 논쟁은 빛의 입자설과 파동설을 연상 시키기도 하는데,

 

이중슬릿실험으로 빛의 파동설을 증명한 토마스영은 빛의 파장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우리의 뇌가 색깔을 인지할 수 있는 세포가 무한히 존재할 수 없으니, 빛의 삼원색을 인지하는 세 종류의 감각 세포가 있고, 이를 조정해서 우리가 무한하게 다양한 색깔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당시에는 기술의 부족으로 실험이나 관찰로 이를 증명할 수 없었지만, 현재는 삼원색을 감지하는 3종류의 원추세포가 존재함이 증명되었으니, 인간의 '사고'만으로 진리를 알아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뿐만 아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지구라는 조그만 행성에 갇혀 살면서, 초대형 우주선도 없고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는 창문도 없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의 화학적 성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규명했고, 3차원에서 4차원, 5차원을 거쳐 10차원 이론까지 도달했다.

 

우리는 한정된 능력만으로 자연의 가장 깊은 비밀을 알아내고 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뇌를 연구할 수록, 이론물리학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뇌과학과 이론물리학 모두 우주의 근원을 찾아가는 가장 의미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