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3. 16:58ㆍ과학
집콕하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에 올라온 애니메이션<에반게리온>을 정주행하고 있다. 일본 애니매이션의 족보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고, 90년 대 후반 일본 오타쿠 문화의 절정에 이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이론물리학에서 가져온 내용이 여러 들어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에반게리온, 사도, 아담과 리리스가 빛으로 만들어져있다는 설정이다. 이는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특촬물 <울트라맨>의 매니아이고, 울트라맨이 <빛으로 만들어진거인>이라는 설정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물질과 에너지가 서로 변환할 수 있으며, 물질-에너지의 밀도가 시공간의 휘어진 정도를 결정하고 있음'을, 기존의 3차원 공간에 시간을 4차원으로 끌여들인 시공간(spacetime)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빛은 한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 시간이 가장 적게 소요되는 경로를 따라간다(페르마의 최소 시간 원리, Fermat`s least-time principle)'는 성질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명한 등가원리(equivalance principle)에 따라 빛은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것을 밝혀냈고, 이는 빛이 휘어지면서 움직인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휘어진 것'임을 뜻한다고 했다.
이런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1921년 정밀한 관측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면서 그의 명성은 아이작 뉴턴에 견줄 정도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빛과 중력을 포함하여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하나의 논리쳬게로 설명하는 만물의 이론, '통일장 이론(unified field theory)'을 구상하였다.
'물질은 시공간의 꼬임이나 진동, 또는 왜곡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간이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뒤틀리면 그 결과가 '물질'로 나타난다.
나무와 구름, 별 등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왜곡된 초공간이 만들어낸 환영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실험적 증거가 없었다.
물리학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수학이 힌트를 주었다. 독일의 수학자 칼루자는 아인슈타인의 4차원 중력장이론에 <맥스웰의 전자기장 이론>을 포함시켜 5차원 시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실험실에서 (전자기력이 매개하는) 빛과 중력의 상호관계를 최초로 연구한 사람은 마이클 패러데이였다. 비록 그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그 이론은 맥스웰로 이어져 전자기학의 기초 이론으로 완성되었다.
칼루자의 5차원 계량텐서는 맥스웰의 장과 아인슈타인의 장을 모두 포함한 것인데, 시간을 차원에 포함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4차원 입방체(초입방체, hypercube-테서렉트)를 고안했던 수학자 힌턴(Charles H. Hinton)이 '빛을 네번째 차원의 진동'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어쩌면, 시간이 차원에 포함된 5차원 공간에서 빛이 광자가 매개하는 전자기력에 의한 진동이라는 사실을 애둘러 얘기했던 것일까?
위 두가지 그림은 초입방체를 3차원 적으로 그린 것인데(출처:위키피디아), 마블의 어벤져스에서는 스페이스스톤으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Q에서는 신지와 초호기가 담겨있는 컨테이너로도 묘사되었다.
3차원을 뛰어넘는 고차원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이 물리학에서 예술로, 다시 수학과 물리학으로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5차원 이론은 어느 정도 설명되었으니 다음 질문은 "다섯번째 차원은 대체 어디 있는가?"일 것이다.
칼루자는 다섯 번째 차원이 원자보다 작은 초미세 영역에 원형으로 돌돌 말려 있어서 실험으로 관측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스웨덴의 이론물리학자 오스카 클라인도 1926년 발표한 논문에서 "다섯 번째 차원은 양자이론에 입각하여 길이를 계산하면 약 10플랑크 길이 정도로 원형으로 말려있다"고 주장했다. 너무 작아 검증 불가능한 이론인 것이다.
여기서 아인슈타인과 칼루자의 시대가 저물고 양자역학의 시대로 넘어가게된다.
<출처>
초공간 제4장 빛의 비밀. 미치오 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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