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시보 메시지 (Arecibo message)

2020. 7. 3. 11:48과학

영화 <콘택트(contact)>(1997)의 주인공 앨리(조디 포스터)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천문학자로 성장해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찾는 과학자가 된다.

 

 

 

영화 속 거대한 전파 망원경이 있는 천문대에서 앨리는 외계로부터 오는 신호를 듣기 위해 늘 헤드폰을 끼고 있는데, 여기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천문대이다.

 

천문대에 들어가는 예산도 깎이고 비아냥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외계 신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앨리는 드디어 베가성(태양으로부터 거리가 약 26광년 떨어져 있는 직녀성)으로 부터 메시지를 수신하게 된다.

 

이 메시지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막식의 TV중계방송이었는데 당시 퍼져나간 전파가 26년 뒤 직녀성에 도착했고, 다시 되돌아온 것이었다.

 

 

또한 메시지를 정밀 분석했더니 수학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이를 더 분석하고 조합했더니 외계생명체를 만나러 갈 수 있는 우주선의 설계도가 들어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앨리는 이 우주선을 타고 외계생명체를 찾아간다는 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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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콘택트>에서는 외계의 메시지를 지구의 인간이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로 1974년 11월 16일 영화 속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에서는, 지적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알아볼 수 있는 메시지를 우주 공간에 마이크로파의 형태로 보내는 역사적인 전파 송신이 있었는데, 바로 <아레시보 메시지(Arecibo message)>이다.

 

아레시보 메시지의 목적지는 지구로부터 25000광년 떨어진 M13 허큘리스 구상성단이라고 한다. 메시지를 보낸 것이 5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아직 갈 길이 멀다. 

 

메시지 원문은 이진수로 표시되었으며, 총 1,679비트로 구성되어 있고, 1,679는 소수 73과 23의 곱으로 나온 숫자다. 이는 지적 외계 생명체가 나누어지지 않는 소수의 곱으로 만들어진 숫자임을 알아차리고 이를 직사각형 배열로 다음과 같이 펼쳐서 보길 원했던 것이다.

 

실제로는 이진수로 되어 있지만,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색깔을 입힌 이미지다.

 

메세지의 의미는 위에서 부터 아래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1에서 10까지의 숫자를 이진법 형식으로 표시한 것

 

DNA의 구성 물질인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의 원자번호

 

뉴클레오타이드 분자식을 위 원자번호 순서대로 조합해서 표시한 것

 

DNA이중나선의 모양과 약 43억개로 표시된 염기 갯수를 이진법으로 표시한 것(당시는 정확한 염기 개수를 몰랐음)

 

인간의 모습, 성인 남성의 평균신장(1764mm, 사실은 메시지 제작에 참여한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키), 1974년 당시 인간 개체수인 43억명을 표시한 것

 

태양계 그림 (지구만 혼자 위로 좀 올라와있다.)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 그림과 직경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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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레시보 메시지가 2만5천년 뒤 M13 성단에 도착할 때에는 성단의 위치가 흩어져버려 이 전파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은 너무나 희박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인간의 뇌는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는 자아가 있고, 이 자아가 다른 존재들을 찾아보고 탐구하는 호기심을 가지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우주 공간에 인간의 존재를 알리고 새로운 존재를 찾기 위한 갈망은 추후 보이저호에 '골든 레코드'를 동봉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보이저호와 골든레코드 (사진:KBS)

 

한편으로는 외계 지적 생명체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인간이 이를 충분히 알아차리고 해석할 만큼 인지능력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