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0. 23:00ㆍ과학
재밌게 구독하는 유튜브<안될과학>에서, 지난 주에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하여 정리했다.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 점심 식사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사소한 것 부터, 다가오는 선거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자신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물질에서 생물로, 생물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나면서 보다 진화된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관점에서는, 우리가 매일 결정하는 수많은 선택들 조차도 '자유의지'가 아닌 신경망의 피드백에 의한 결과이며,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본 블로그에서 이전에 소개한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 부록 편에도 '자유의지'를 다루고 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신경과학자가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말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러도 과학적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런 사람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므로, 병원이나 기타 보호시설에 감금해둬야 한다. 그러나 뇌에 종양이 있거나 뇌졸중에 걸린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다. 이들은 의학이나 심리학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일 뿐이다. 뇌의 손상 부위를 치료하면 그는 사회의 건설적인 일원이 될 수 있다.
자유의지의 존재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한 가장 유명한 실험은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의 실험이다.
리벳은 피험자들에게 "시계를 보다가 손가락을 움직이기로 마음먹을 때 움직여라"고 부탁하고, 뇌파검사(EEG)를 통해 뇌가 결정을 내리는 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두뇌가 결정을 내린 시간이 피험자가 마음먹은 시간보다 0.3초 정도 빨랐고, 어떤 피험자는 1초 정도 빠르기도 했다. 즉, 뇌는 의식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결정을 내렸고, 그 직후에 마치 의식이 결정한 것처럼 우리는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었다. 결정하기 전에 나타난 뇌활동의 시간 간격이 너무 짧아서 결정 전의 뇌활동은 결정을 위한 준비이지 않겠냐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2007년에 이 논란을 종식시킬만한 연구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뇌과학자인 존-딜란 하인즈(John-Dylan Haynes) 교수는 더 발전된 방식의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기능적MRI(fMRI)로 뇌 활동을 확인하면서, 피험자에게 자신이 원할 때마다 결정을 내려서 양손 중 한쪽의 버튼을 누르게 하고, 자신이 어떤 버튼을 누를지 결정했을 때를 모니터에 시간별로 바뀌는 알파벳으로 확인해주도록 했다. 결과는 fMRI를 통해 피험자가 어느 손으로 버튼을 누를지 예측이 가능했고, 리벳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피험자가 어느 버튼을 누르기 최대 10초 전에 뇌의 특정부위가 먼저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뇌는 우리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무엇을 결정할지 미리 알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우리는 삶의 주인인가, 아니면 두뇌의 속임수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인가?"
물론 리벳과 하인즈의 실험에서 나타난 준비 전위나 뇌 활성화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근거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피험자가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확인된 뇌 활동 또한 우리의 자유의지와 상관없다고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뇌의 특정 부위의 손상으로 인간의 행동 양식이 달라지는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뇌의 작동기전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이나 부정 보다는 열린 탐구가 필요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의 선택은 정말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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