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원격의료(telemedicine)와 앞으로의 10년(1)

2020. 3. 28. 15:04커뮤니티, 병원, 요양원

3월 14일 란셋지에서 '2020년의 원격의료와 앞으로의 10년(telemedicine 2020 and the next decade)'이라는 제목으로 perspectives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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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원격의료로 많은 부분 대체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위 그림 처럼 clinic에서의 in-person care(대면진료)의 비중이 점점 더 없어지게 된다.(출처: the Lancet)

시대의 큰 흐름은 막기 어렵다고 생각이 된다. 본문의 마지막 문단을 보면,

 

디지털 디바이스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 보험에서 커버 안해주는 사람들이 원격의료의 마지막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반대로 보면 대한민국의 1차의료기관들은 이 환자들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출처: the Lancet

 

...

 

대한민국에서 원격의료 아젠다가 수면에 떠오른지는 한참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은 발전하여 어느 정도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은 전화를 통한 상담과 처방을 포함한 원격의료 조차도, 의료법 상 제도권의 의료행위가 아니며,

 

열린 논의를 통해 이를 활성화하거나, 현실에 맞게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대한민국의 지역 사회에서 진료 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라는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인지 기능이나 신체 기능 저하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분들이라던지,

 

군대 격오지, 교도소, 배 위와 같은 특수한 장소나 시설에 머무르고 있는 분들이라던지,

 

아직 대한민국에서 상담이 꺼려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방문 없이 진행하고 싶은 분들이라던지,

 

환자와 관련된 의학적 정보와 케어 관련 정보를 알고 싶은데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보호자, 가족 분들 같은 경우에는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써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1.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환자의 의식, 호흡, 혈압, 맥박, 체온 상태와 신경계, 호흡기계, 순환기계, 관절계, 피부 등 계통과 부위 별로 의사의 감각을 동원한 신체 검사를 필수로 해야 하는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면진료와 비슷한 신체 검사를 원격 의료를 통해 할 수 있는지

 

2. 부족한 신체 검사를 통해 얻게된 근거에 기반하여 선택된 치료에 대해 안좋은 결과가 발생할 경우, 의사의 과실로 간주되지는 않을지

 

3. 대한민국의 의료기관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접근성도 좋고 문턱도 낮은 편인데, 1번 2번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원격의료로 무리해서 넘어가야 할 이유가 있는 건지

 

4. 대면진료를 원격의료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비싼 장비를 들여와야 하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비교적 자본의 여유가 있는 대형 병원, 상급 종합 병원이 원격의료를 운용하기 좋기 때문에, 대면 진료를 위해 1차 의료기관을 찾던 많은 분들이 대형 병원, 상급 종합 병원으로 가게 되지 않을지

 

5. 이미 여러번의 의료계와 정부의 원격의료 간담회를 통해 원격의료의 수가는 대면 진료의 수가보다 적게 책정될 것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는 점

 

과 같은 이유로 원격의료를 선뜻 써보자고 얘기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의료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고, 의사의 대면진료를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다른 나라에서 차선책으로 활성화시키고 있는 원격의료를, 워낙에 의료 접근성도 좋고, 의사의 대면진료 비용이 저렴한 대한민국에서 굳이 원격의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

 

라는 문제다.

 

...

 

하지만, '필요하지 않다.'와 '금지해야 한다'는 다른 의미이다.

 

이번 COVID-19 유행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으며,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금지라는 대원칙으로 이를 비난했지만,

 

개별 의사들은 의료기관 내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조용히 전화 상담과 처방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평소에는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금지해버리면, 특수 상황에서 쓰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원격의료 금지를 정부와의 협상 카드 중 하나로 쓰고 있는 의료계는 이번 사태로 원격의료 반대의 명분이 옅어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그래서, 이 기회에 원격의료에 대해 입장을 다시 정리하고, 원격의료를 우리 의료체계에 도입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정리해 두었으면 한다.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