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9. 15:04ㆍ의료
지난 9월 4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젊은 의사 회원들의 동의를 받지않고 절차를 무시한 채 여당·정부와 독단적으로 합의문에 서명하였다. 이보다 하루 전날인 9월 3일,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 3차 회의에서 젊은의사 비대위는 정책 철회와 원점 재논의 명문화를 분명하게 요구했고, 다른 범투위 위원은 합의문을 서명할 때에는 젊은의사 비대위 측 위원을 반드시 동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최대집 회장은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합의문에 서명을 한 것이다.
최대집 회장의 입장과 해명이야 어떻건,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계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의 입장을 무시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 동안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가 젊은의사들은 치열하게 논의했고, 현재는 대부분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 의과대학 졸업예정자들의 국가고시 문제가 남아있지만, 결국에는 순리대로 해결되리라 예상한다.
일방적으로 졸속 정책을 추진한 정부가 의사들의 파업 사태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가 의사 직역의 투쟁과 파업으로 간단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좀더 많은 의사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 의사들의 여러 게시판에서는 강경한 이야기를 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하지만 파업 이전 부터의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결국 독이 될 파업을 더이상 억지로 끌고갈 수는 없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 환자 진료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고, 의사회와 의료 정책, 지역 사회의 수많은 이슈들에 관심을 가지며, 우리 의사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어떻게 확립해갈 수 있는지 우리가 직접 고민한다면, 우리 의사들은 큰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지난 8월 여의도에 있었던 집회에서 어느 전공의 선생님은 단상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런 발표를 했었다.
"지방의 병원에는 왜 의사들이 부족한지, 내외산소라고 부르는 생명을 다루는 과들이 왜 기피대상이 됐는지, 소명과 사명이라는 의사의 덕목이 왜 이제 바보같은 헛된 꿈이 됐는지 문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해법이 아닌, 국민을,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진짜 해법을 찾고자 합니다."
파업은 수많은 해결책 중에 하나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일견 간단하고 빠른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수많은 상처와 부작용, 그리고 책임지고 수습해야 하는 일들을 낳는다. 파업이 아무리 파행적으로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전공의 선생님들의 진실된 마음은 계속 이어져서, 내 삶도 저 전공의 선생님의 발표와 맞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제자들아. 지금 분하고 억울하고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혹여라도 잠시 지금 한숨 쉬어가게 되더라도, 우리에게는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그대들은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최선의 답을 찾아 낼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너희들을 끝까지 지지하고, 보호할 것을 약속한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과의 합의가 성사된 후, 실망하고 분노하는 젊은 의사들을 지지하고 위로하기 위해 한양대학교 교수협의회에서 발표한 성명서의 마지막 문단이다. 우리의 문제점과 한계가 드러난 파업 투쟁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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