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31. 17:22ㆍ과학
우주론(cosmology)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과정,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우주의 모습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과거에는 세계의 다양한 창조신화 또는 설화, 종교관과 대립해왔지만, 관측 장비의 몇 차례 혁신을 통해 보다 설득력 있는 이론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1600년 대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케플러, 갈리레오, 뉴턴 등에 의해 천체의 운동이 수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밝혀냈고, 20세기에 만들어진 초대형 천체망원경을 통해 허블(Edwin Hubble)은 '팽창하는 우주'를 확인했으며, 이는 폭발로부터 우주가 생성되었다는 '빅뱅이론(big bang theory)'으로 연결되었다.
최근에는 위성으로 쏘아올려지는 정밀한 관측 장비와 레이저, 중력파감지기, 입자가속기, 슈퍼컴퓨터 등 최신 장비들을 통해 매우 신뢰할만한 관측 자료들이 홍수처럼 쏟아짐에 따라 우주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948년 조지 가모프(George Gamow)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뜨거운 대폭발로 우주가 생겨났다면 우주를 꽉 채우고 잇는 열적평형상태의 강한 빛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빛의 흔적이 현재에는 절대온도 약 5도(K)의 차가운 흑체복사로 남아있을 것이다."
1965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헨리 딕(Robert Henry Dicke)도 과거 고밀도 고온도 상태였던 우주를 꽉 채우고 물질과 평형상태에 있던 빛이 현재에 차가운 흑체복사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는 펜지아스(Penzias)와 윌슨(Wilson)의 관측으로 사실로 밝혀짐으로써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라 명명하였다.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배경복사를 관측할 목적으로 1989년 발사된 COBE위성(Cosmic Observer Background Explorer satellite)은 자료의 정확성이 떨어져 초기 우주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1년 발사된 WMAP위성(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satellite)은 아래와 같은 매우 정확한 데이터를 전송해왔다.
현대 우주론은 1920년대 프리드만(Friedmann)이 유도한 우주의 팽창과 수축을 포함하는 우주 진화식을, 로버트슨(Robertson)과 워커(Walker)가 보완하여 만든, 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FRW) 우주모형으로 불리는 균일 등방한 우주에 관한 물리적 모형을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WMAP의 관측 자료를 대입하면 주요 우주론적 계수들이 나오는데, 우리 우주가 공간적으로 평탄하며 나이는 137억년이라는 것, 전체 에너지 중 우리의 눈에 보이는 물질, 즉 바리온(보통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4% 정도이고, 이 중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이 차지하고 있으며, 암흑에너지와 차가운 암흑물질(cold dark matter; CDM)이 각각 76%와 20%나 차지하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암흑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이 팽창하지 않는 정적 우주모형에 도입하였던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 기호 Λ)로 표현한 것인데, 허블이 우주가 팽창함을 밝혀내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철회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미세하지만 0이 아닌 작은 값의 우주 상수가 확인되었고, 암흑에너지는 중력의 반대 성질을 지니고 있어 현재 우리 우주의 가속팽창에 대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미지의 암흑물질은 은하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지만 맨눈이나 망원경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측 자료는 없다. 우리의 태양계가 속해있는 은하의 도처에 퍼져있는 암흑물질은 은하수 안에 있는 모든 별들의 질량을 합한 것 보다 10배나 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유리에 의해 빛이 굴절되는 것처럼 빛의 궤적에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광학적인 방법을 이요하여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존재로 인해, WMAP위성으로 발전된 우주론은 현대과학을 원자가설 이전의 시점으로 되돌려놓은 셈이 된 것이다.
(출처)
1. <평행우주> 미치오 카쿠
2. 우주 기원과 진화 문제에 해답을 준 COBE 프로젝트. 박찬경, 박창범. 한국물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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