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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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와 의식
"안된다 이 노옴”이라는 호통과 “군관 나으리, 군관 선생님, 군관 동무”라는 아부를 번갈아 하며 몸부림치는 서슬에 마침내 링거줄이 주사바늘에서 빠져 버렸다. 혈관에 꽂힌 채인 주사바늘을 통해 피가 역류해 환자복과 시트를 점점 물들였다. 피를 보자 어머니의 광란은 극에 달했다. “이 노옴, 게 섯거라. 이 노옴, 나도 죽이고 가거라 이 노옴.” 어머니는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이를 갈았다. 틀니를 빼놓아 잇몸만으로 이를 가는 시늉을 하는 게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 나말고 누가 또 본 사람이 있을까. 이게 꿈이었으면, 꿈이었으면. 어머니는 이 세상 소리가 아닌 기성을 지르며 머리카락을 부득부득 쥐어 뜯다가 오줌을 받아 내는 호스도 다 뜯어버렸다. 피비린내가 내 정신을 혼미케 했다. 퍼뜩 정신이 나서 구원을 청..
2020.09.27 -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뇌과학
인간의 삶과 죽음을 목격하는 신경과의사인 나에게, 나 자신과 우주의 근원은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우리의 몸은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로부터 만들어진 원자들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어깨 위에 있는 두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물체이며, 우리는 이 두뇌를 이용하여 우주의 법칙과 자신의 존재 기원을 탐구하고 있으니,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우리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등 아직 풀지 못한 근원적인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만물을 이해하는 방법인 과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생리학, 생화학, 분자생물학이 세포와 분자 단위에서,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이 원자와 아원자 단위에서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
2020.09.07 -
의식의 기적
"조급하고 쉽게 흥분하는 생체조직(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것은 알라딘이 램프를 문질러 요정을 불러내는 것보다 훨씬 더 신기하다."-토마스 헉슬리(Thomas Huxley) 빅토리아 시대 위대한 생물학자였던 토마스 헉슬리의 궁금함은 신경과학을 공부하는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직 우리 인류는 '의식의 비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지난 주에 포스팅한 과학을 바라보는 두가지 철학 사조, 즉 코페르니쿠스 원리와 인류 원리 사이의 열띤 논쟁은, 인간의 의식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으로도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전 포스트) https://beomdoc.tistory.com/118?category=837107코페르니쿠스 원리와 인류 원리과학은 블랙홀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멀리 떨어진 행성을 탐..
2020.08.28 -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대해서
생명체에서 마음의 활동, 즉 자의식적이거나 또는 마음의 다른 작용에 해당하는 시공간적 사건들은 엄격하지는 않더라도 통계학적으로 결정론적이다. '양자론적 불확정성'은 아마도 감수분열, 자연변이 그리고 X선에 의한 돌연변이 등과 같은 사건들에서 그것들의 우연적인 특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생물학적인 다른 문제, 즉 '유기체는 스스로의 구조를 파괴하려는 경향에 대해 어떻게 저항하는가?', '유기체의 유전물질은 어떻게 불변인 채로 유지되는가?', '이 유전 물질은 어떻게 그리도 충실하게 그 자체를 재생산해낼 수 있을까?' 등의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순수한 기계라고 선언하는 것'은 직접적인 자기 성찰에 의해 보장되는 자유의지에 모순되는 것으로 여겨지더라도, 일단 사실이라고 간주해보자. ..
2020.08.10 -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
youtu.be/Q5RE-2e50UA 재밌게 구독하는 유튜브에서, 지난 주에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하여 정리했다.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 점심 식사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사소한 것 부터, 다가오는 선거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자신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물질에서 생물로, 생물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나면서 보다 진화된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관점에서는, 우리가 매일 결정하는 수많은 선택들 조차도 '자유의지'가 아닌 신경망의 피드백에 의한 결과이며,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본 블로그에서 이전에 소개한 미치오 카쿠의 부록 편에도 '자유의지'를 다루고 ..
2020.07.10 -
행동과학과 인간의 방어기제
10여년 전에 한국을 떠나 미국 생활을 하려고 꿈꿨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꽤 많았던 때라,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를 대비한 공부를 했었는데, 비록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것은 포기했지만, 그때 공부했던 것들은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USMLE의 필기시험은 step1(기초의학), step2 CK (임상의학)으로 나뉘어져 있고, 기초 의학을 다루는 step1에서 의 비중이 매우 커서 놀랬던 경험이 있다. 내가 한국의 의대를 다니면서 배웠던 과정에서 행동과학은 정신과를 배우기 전의 기본 개념 정도만 맛봤던 수준이었다. 그러나 step1에서의 행동과학은 그 개념 하나하나가 만들어지게된 과정과 깊은 의미들을 심도있게 다루고, 예제 문제들도 이런 개념에 입각하여 실제 임상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다양한 ..
202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