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과 코호트 격리

2020. 12. 30. 11:06의료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코로나19 환자를 검사하고 치료하는 의사와 의료진이 지쳐가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다수의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요양병원은 다시 내부에서 감염자가 확산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말그대로 '아비규환' 상태이다.
 
12월 28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170명의 확진자가 나온 구로구 미OO요양병원을 포함한 서울시 요양병원 내 확진자 중 55명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에서는 요양병원 내 의료진의 관리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된 환자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이송한다고 해명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코호트 격리가 된 요양병원의 입원 환자들은 많은 합병증을 가진 고령의 환자들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여 확진자와 분리되지 않으면 매우 높은 확률로 감염이 된다. 게다가 식사와 배뇨/배변 및 위생 관리, 체위 변경, 객담 흡입, 욕창 소독 등 모든 케어에 긴밀한 신체 접촉이 필요한 요양병원 환자의 특성 상, 이들을 돌볼 의료진과 간병 인력에게서도 감염자가 속출할 수 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요양병원 확진자가 중증으로 악화되었을 때 이들을 지속적으로 간병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여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전원을 받아주기 힘들어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코로나19 사태에 있다고 할지라도, 많은 기저 질환이 있더라도, 노인이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생명을 유지하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지만, 슬프게도 이들은 자신이 치료받을 병원 조차 없는 현실이다.
 
이는 비단 미OO요양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호트 격리된 다른 요양병원인 경기도 부천 효OOO요양병원에서도 병상 대기 중 25명이 숨지고, 병원 이송 후에도 7명이 사망하였다. 또한 요양병원과 같이 고령자나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입소하는 노인요양시설 및 장애인 생활시설 등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여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지역 보건당국에서는 긴급 공고를 통해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의료진을 모집하고 있으나, 높은 사명감을 가진 몇몇 의사와 의료진의 노력만으로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 정부는 2020년 7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나서온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을 80억 유로(한화 약 11조원)를 인상하였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올해 4월 중환자실 의료수가를 평상시의 2배, 그것도 모자라 5월에는 3배로 인상하여 하루 입원료를 최대 480만원으로 책정하였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의 코로나19 관련 의료 지출은 8월 기준 1377억원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금액으로 코로나19 환자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검사하고 치료해온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열악한 상황에도 자신의 노동력을 갈아 넣은 의사와 의료진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의 사투로 인해 이제는 많은 의사와 의료진들이 지쳐가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의 검사와 치료에 자원하는 의료진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코로나 진료의 위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금액이다. 또한 이미 공공기관과 공공 의료기관에 소속되어 헌신해 온 의료진은 코로나19 관련 수당도 변변히 받지 못해, 외부에서 지원한 의료진들이 받는 수당에 대해 역차별을 느낀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렇게 의료진의 단기 지원에 집중하는 인건비 지출과 의료진들의 협업을 저해하는 수당 체계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의 대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합리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의료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환자의 진료에 참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요양병원 환자를 비롯하여,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 중증 외상자 및 투석 환자 등 코로나19에 감염된 다양한 환자들을 한정된 공공 의료기관에서 모두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개별 민간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들의 봉사나 희생 정신에 따른 참여나 반강제적인 차출에만 의존한다면,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대신 민간 의료기관이 준비해야 할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보상 외에,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발생하는 일반 질환자 진료에 대한 손실분,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인들의 감염/후유증/사망 위험 보상 등이 실비 이상으로 충분히 반영된 의료수가가 책정된다면, 대다수의 많은 민간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환자의 진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족한 병상과 의료진에 숨통이 크게 트이게 될 것이다.

 

사진 :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