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8. 14:19ㆍ과학
"조급하고 쉽게 흥분하는 생체조직(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이것은 알라딘이 램프를 문질러 요정을 불러내는 것보다 훨씬 더 신기하다."
-토마스 헉슬리(Thomas Huxley)
빅토리아 시대 위대한 생물학자였던 토마스 헉슬리의 궁금함은 신경과학을 공부하는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직 우리 인류는 '의식의 비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지난 주에 포스팅한 과학을 바라보는 두가지 철학 사조, 즉 코페르니쿠스 원리와 인류 원리 사이의 열띤 논쟁은, 인간의 의식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으로도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전 포스트) https://beomdoc.tistory.com/118?category=837107
우리는 머릿 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과 욕망, 희망, 그리고 매일 결정하는 수많은 선택과 같은 생각들을, '자유의지'를 가진 우리의 '의식'으로 떠올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런 '자유의지'와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각자가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뇌를 다친 사람을 상상해보자. 뇌의 손상 부위에 따라 동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별다른 생각 없이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색을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치매에 걸린 노인을 상상해보자. 과거에는 너무나 친절하고 다정했으며, 지혜로웠던 남편이 지극히 사랑하던 아내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무한한 상상력, 창의성, 가능성을 가진 인간의 의식은 이처럼 뇌라는 물질화된 신체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것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로봇처럼 (생물학적) 볼트와 너트, 트랜지스터와 나사 등으로 만들어진 존재에 불과하다면 우주에서 우리의 지위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우리는 '마음'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작동하고 있는 '웨트웨어(wetware: 컴퓨터와 기계는 하드웨어지만, 우리의 신체는 수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음을 표현함)'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라는 생명체도 입자라는 물질들의 집합체일 뿐이라는 코페르니쿠스 원리로 인간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에 "우주의 환경은 의식이 있는 생명체에게 유리한 쪽으로 맞춰져 있다"는 인류 원리를 적용한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얻어진다.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의식이 탄생할 확률은 엄청나게 낮지만, 어쨌거나 우주는 이런 기적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하버드대학교의 생물학자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Stehphen Jay Gould)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나무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가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가지는 5억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후 다세포생물 역사상 가장 탁월한 질적 성장을 이루었다. 햄릿에서 히로시마에 이르기까지, 온갖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의식'이라는 보물을 개발한 것이다."
유전학적 계산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7만년 전 지구에는 겨우 수백 수천 명의 호모 사피엔스만이 생존해 있었다. 이 소수의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를 탐험하면서 다른 종을 압도하고 지구 전체를 장악한 것이다. 이렇게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인지혁명'을 든다.
여러 차례의 멸종 위기에도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 해도, 우리와 같은 의식을 가진 생명체는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의식'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소중하다. 아마도 의식은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고 희귀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출처)
1. <마음의 미래> 미치오 카쿠
2.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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