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0. 10:30ㆍ의료
멀지 않은 미래에는 수집된 개인의 일상 정보와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의 진료를 흉내내고 특정 부분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의료 알고리듬이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에는 실현되고 임상 의료의 거대한 한축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직업적 프로페셔널리즘을 이루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인증된 기관과 제도에 의한 교육과 수련을 받은 의사가 직관적이고 동시적인 논리와 판단으로 결정하는, 일견 '예술'과도 비교되는 임상 의료를 인공지능이 어떻게 구현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또는 그렇게 해서 잘못되었을 때 누가 책임을 지겠냐며, 그리고 사람의 생명을 인간이 아닌 기계에게 어떻게 맡길 수 있겠냐며 윤리적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공각기동대>에서도 예견되었던 것처럼, 인공지능 의료 알고리듬도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면 결국에는 실현될 것이다. 역사 상 호모 사피엔스는 '지식의 나무', '선악과' 등으로 비견되는 인지 혁명을 이룬 이후로 오래 시간동안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왔고, 또한 그 기술에 적응하며 살아왔다.(이전 포스트 참고: beomdoc.tistory.com/133)
그렇다면 의사라는 직업은 인공지능 의료 알고리듬의 완성과 함께 사라지게될 운명일까? 미래에도 의사로 살아남을 수는 없을까? 만약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의 힌트를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스마트폰 상용화 이후 생겨난 큰 변화의 흐름에서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 여기 복합기를 보자. 과거 사무실에서 많이 사용했던 복사기, 팩시밀리, 스캐너를 하나의 기계에 모아둔 제품이다. 이 복합기로 인해 사무실의 여유공간은 더 생겼으며, 생산 기술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결과물의 해상도도 높아지고, 보다 저렴한 단가에 공급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복합기를 보고 혁신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서 2007년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낸 애플의 아이폰은 가히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인터넷 검색 , 일정 관리와 이메일 수신/전송, 카메라, 음악 재생 등 PC를 비롯한 다른 기기들의 각종 기능을 휴대폰 하나로 모았다는 부분은 복합기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아이폰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기계의 정해진 기능만을 쓰거나 컨텐츠를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와 이메일을 기반으로 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하였다. 소비자가 동시에 생산자도 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폰을 혁신이라 부른다.
기존의 기술과 지식을 단순하게 합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융합함으로써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이런 혁신이 의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과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의 신경과 의사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 그동안 교육받고 경험했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병력을 청취하고,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서 환자의 신체를 진찰하여, 여기서 얻은 정보를 기반하여 가장 의심되는 진단명을 추리게 된다. 여기서 필요하다면 환자의 몸 속 상태를 더욱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이 검사 결과와 자신의 추정 진단명들을 비교해가며 더욱 확정적인 진단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내려진 진단에 따라, 환자를 위한 치료 계획이 만들어지고 우리는 향후 예후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며 이전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다시 복기하고 치료 방법과 앞으로의 계획을 조정해갈 것이다.
이처럼 의사는 자신이 가진 과학적 정보에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이라는 조건에 적용함으로써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미 언급한 것처럼, 앞으로는 이런 의사의 기능과 역할 중 가장 위험성이 적고 단순한 영역에서 부터 인공지능 의료 알고리듬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도 다양한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서버들은 여러 디지털 기기로 부터 수집되는 우리의 개인 의료 정보와 의사들의 임상 경험 및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열심히 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도 아직 잘 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인간처럼 잘하기는 좀 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정해진 판단의 규칙을 벗어나는 질문에 답하는 인간의 직관과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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