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우리는 어떻게 냄새를 알 수 있을까?

jjjpapa 2020. 7. 24. 13:57

https://www.ted.com/talks/luca_turin_the_science_of_scent#t-936135

 

The science of scent

What's the science behind a sublime perfume? With charm and precision, biophysicist Luca Turin explains the molecular makeup -- and the art -- of a scent.

www.ted.com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수많은 정보로 채워져 있고, 인간으로서 나는 주변의 정보를 얻음으로써 인지 기능을 시작하게 된다. 이런 정보들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중 시각 정보는 가시광선의 진동을 감지하는 세가지 원추세포가 삼원색을 인식하고 뇌가 이를 조합함으로써 우리가 색깔을 알아낼 수 있음이 이미 증명되었다. 이는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오는 빛 중 가장 구분하기 쉽고 넓은 대역의 진동수를 가진 가시광선의 파장을 인식할 수 있겠끔 우리의 눈과 뇌가 진화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위 동영상은 인간의 후각은 어떻게 인지되는가를 연구한 생물물리학자이자 저명한 향수평론가인 Luca Turin의 TED 동영상이다. 프리젠테이션이 유머러스하고, 한글 자막도 선택할 수 있으니 시청을 강력 추천한다.

 

과거에는 특정 냄새를 가지는 분자가 제1뇌신경(the 1st cranial nerve)인 후각신경의 수용체를 자극하면, 여기서 후각 신경의 활동전위가 형성되어 뇌에까지 전기 신호가 전달됨으로써 우리가 냄새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분자 구조를 가진 화학물질이 다른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혹시 분자의 모양이 아니라, 분자의 다른 특성으로 냄새를 구분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실제로 우리의 후각신경에 존재하는 리셉터(수용체)는 390여개라고 하지만, 우리 뇌가 구분해내는 냄새는 10만여개라고 한다. 그런데, 리셉터가 처리할 수 있는 조합을 다 합하면 2^390개, 즉 10^117개로 우주의 총 원자수 10^78개 보다도 많다. 만약 우리가 분자의 모양으로 냄새를 인지한다면, 이렇게 리셉터 갯수와 우리가 구분할 수 있는 냄새의 숫자, 원자수들 간에 미스매치가 있을 수 있을까? 

 

Luca Turin은 발암물질이라 더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향수 원료인 쿠마린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원료를 찾다가 쿠마린과 진동수가 같은 화합물 Tonkene을 만들었고, 쿠마린과 같은 향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의 콧 속에 진동수를 확인할 수 있는 분광기라도 있다는 것일까?

 

이렇게 물질의 진동수로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원리를 Turin은 양자 물리로 설명한다. 뉴턴의 고전 역학으로 기술할 수 없는 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미시계에서 일어나는 양자현상, 그중에서도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 인간이 냄새를 맡는 작동 원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특정 냄새가 나는, 즉 특정 진동수를 가진 분자는 원자들은 스프링에 달려 있는 집합으로 볼 수 있고, 이 원자들은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주파수에 꼭 들어맞는 에너지, 즉 양자가 있으면 스프링을 진동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통해 냄새를 일으키는 분자에서 후각 리셉터로 전자가 흘러가게 된다고 한다. 양자 터널링으로 리셉터와의 에너지 차이만큼 정확하게 공진하는 양자화된 진동 모드에 에너지를 분배하면서 리셉터가 활성화되고, 특정한 진동수에 따라 특정 냄새 리셉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인간은 20세기 들어서야 미시계의 양자 현상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지만, 자연의 일부인 생물과 인간은 이미 양자 현상을 이용해서 생명활동을 해왔다는 얘기다. 물리학의 영역이 생물학으로 넓혀지고 있고, 양자역학을 태동시킨 슈뢰딩거 또한 1944년 그의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양자역학과 생물체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였다.

 

생명체에서 양자 역학의 가설들이 사실이라면, 생물체도 양자 컴퓨터처럼 양자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10여년 뒤에는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양자 컴퓨터의 모습은 현재 컴퓨터 처럼 기계적인 모습이 아니라, 생물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도 이런 양자 컴퓨터, 즉 나노봇이라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슈뢰딩거 <생명이란 무엇인가>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