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란 무엇인가?

jjjpapa 2020. 4. 10. 16:25

http://m.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1244

 

‘CRISPR-Cas9’ 유전자 가위,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

CRISPR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바이러스란 골칫덩이를 알아야 한다. 바이러스는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이라고 정의되는데 숙주(Host cell)를 통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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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레지던트 수련을 받기 시작할 무렵에, 나의 교육 수석 전공의 선생님은 늘,

 

"그래서 네 생각을 분자 단위로 설명할 수 있어? 아니면 세포 단위에서라도 설명할 수 있어?"

 

라고 환원주의적인 질문 공세를 하셔서, 참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관련 내용을 찾아보려고 하면, 두꺼운 원서에서 색인을 뒤져서 여기 저기 펼쳐봐야 해야 했고 논문도 찾으려면 시간을 내서 의학도서관에 가서 찾아봐야 했는데, 원하는 답을 찾기는 역시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내성이 생겨서 당장에 필요한 것 까지만 찾아보고 더 안 찾게되는 버릇이 들었다.

 

그래도 이제는 인터넷과 구글, 유튜브 등이 있어서 선배님의 질문을 다시 떠올리면서 이것 저것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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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이미 유전자가 개체의 특징을 후대에 전달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란 것을 알아냈고, 이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까지 획득한 상태이다. 

 

이 과정은 생물이란 개체를 물질의 기본 단위까지 쪼개서 조사하는 매우 환원주의적인 과학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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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년 멘델은 완두콩 실험을 통해서 유전 법칙이 존재함을 증명했고,

 

이후 유전물질은 염색체 상에 있고, 이는 염색체의 핵산임을 1869년 미셔가 발견하였다.

 

1944년 에이버리는 정제한 DNA분자에 의해 유전 형질이 한 세균으로부터 다른 세균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형질전환 실험으로 증명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은 X-레이 회절실험 자료와 입체화학 법칙을 충족시키는 DNA의 '이중나선 모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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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DeocyriboNucleic Acid)는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사이토신(C)이라는 4가지 핵염기의 조합으로 유전 정보를 담고 있다.

 

모든 생물은 DNA가 있다. 세균도 역시 DNA가 있다.

 

1972년 코헨과 보이어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세균에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고,

 

비교적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식물을 대상으로 GMO(유전자변형식품)의 개발이 가능해져, 인류의 식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03년 인간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전체 유전자 지도(게놈 지도)가 정리되었으며, 점점 더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여 유전자 검사의 속도도 빨라지고, 가격도 낮아지게 되었다.

 

이제 인간은 유전자 검사의 발달로 유전병과 연관된 유전자도 찾아낼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편집하여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유전자를 편집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유전자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어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2012년에는 징크핑거와 탈렌을 넘어서는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가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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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균(화농성연쇄상구균, Streptococcus pyogenes에서 처음 크리스퍼를 발견했다고 한다)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방어 체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바이러스를 이겨낸 세균은 바이러스 유전 정보인 DNA를 자신의 유전체에 보관하고 이를 후대에 넘겨준다.

 

이 유전자 서열에는 이제까지 감염된 다양한 바이러스 DNA가 주기적인 간격으로 분포하는데 이것이 바로, '주기적 간격으로 분포하고 짧은 회문 구조 반복서열(CRISPR, Clustered Reug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이다.

 

후대의 세균에서는 물려받은 DNA로부터 만들어진 RNA에 Cas9(혹자는 감시병이라고 한다)효소 단백질이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하고,

 

이 복합체가 DNA를 타고 쭉 스캔하다가.. 자신의 RNA에 꼭 들어맞는 DNA 부분을 찾으면 잘라내기 때문에,

 

해당 바이러스가 이 세균 내에 들어오더라도 증식을 막을 수 있게된다.

 

 

By marius walter - 자작,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2766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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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우리가 잘라내고자 하는 DNA의 가이드 RNA와 cas9 효소만 넣어주면 원하는 부위를 정확히 잘라줄 수 있기 때문에, 이전 세대의 유전자 가위 기술에 비해 훨씬 편리하고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유전자 가위로 자르면서 생긴 DNA 사이의 틈을 DSB(Double Strand Break)라고 하는데, 그냥 틈을 이어 붙이기도 하고, 여기에 다른 유전자를 붙이거나, 잘라낸 유전자를 뒤집어서 끼워넣는 편집도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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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한계는 있다.

 

세균에서는 자신의 변이 유전자인 CRISPR를 제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지만, 훨씬 복잡하게 진화한 인간의 세포는 자신의 유전자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p53 유전자와 같은 메커니즘이 있다. 즉 유전자 가위가 인간의 생체 내에서는 실험실에서와는 달리 잘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절단되고 손상된 DNA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염기 서열의 결실, 삽입, 재배열이 일어나면, 유전병의 치료 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배아 단계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인류의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다. 2018년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으로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기사가 나와 윤리 논쟁이 가열되기도 했었다. 어쩌면 비밀리에 배아 단계에서의 유전자 편집 실험이 이미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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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힘이 4가지라고 한다.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유전자도 수많은 원자들이 모여서 만든 핵산으로 이뤄진 정보 전달체인데, 단순히 전자기력이라는 물리 법칙에 의해 만들어진 운동 방향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결국 이런 물질들이 모여서 생물체가 되고, 심지어 의식을 가진 인간이 된다.

 

그 인간이 이런 생명의 비밀을 밝혀내고 이용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 밥, 햄버거, 고기 등등이 세포 내에서 원자 단위로 재배열해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뼈, 피부, 단백질 등의 물질로 변환하고,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적인 부분들은 환원주의적 과학 방법으로 많은 부분이 이해되고 있다.

 

우리가 감각을 받아들이고, 운동을 지시할 때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액션포텐셜(action potential)도 Na 이온의 세포막 게이트의 통과의 결과로 발생한 전자기력의 방향에 따라 그 힘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뇌에서 이뤄지는 우리의 인지, 감정, 미래에 대한 계획, 복잡하고 미세한 운동 조절 능력과 같은 부분들은 아무리 신경 세포 뉴론이 어떻다고 하고, 뇌의 어떤 부분이 특정 기능을 한다는 것까지는 알아낼 수 있었지만, 그게 어떤 신경망의 피드백으로 이뤄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어떤 길로 탐험해야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오리무중이다.

 

마블의 앤트맨, 어벤져스 같은 공상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 같지만, 1플랑크 길이 보다 작은 양자 영역에 존재할 수 있는 5차원 공간..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으면,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들을 속시원히 알 수 있게 될지 기대해본다.

 

 

영화<앤트맨>